냉장고 정리 좀 해야지 하면서 문을 열었는데, 반쪽짜리 스팸이랑 비엔나소시지 반 봉지, 시들어가는 대파, 김치 조금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. 이걸 따로따로 쓰기엔 애매하고, 버리자니 아까운 그런 상황이었거든요.
그래서 생각난 게 부대찌개예요. 냉장고에 자투리 재료가 좀 있으면 부대찌개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. 거창하게 장 보러 나갈 필요도 없고, 있는 것만 넣으면 되니까요.
양념장이 거의 전부예요
부대찌개는 재료보다 양념장이 맛을 결정하는 음식이에요. 찾아보니까 기본 비율이 있더라고요. 고춧가루 2, 고추장 1 비율이 가장 보편적이래요.
제가 써본 양념장 구성은 이래요. 고추장 1큰술, 고춧가루 2큰술 반, 된장 반 큰술, 다진 마늘 1큰술, 진간장 2큰술, 설탕 1큰술, 맛술 2큰술, 후추 약간. 이걸 미리 섞어두면 나중에 냄비에 한 번에 넣으면 되니까 편해요.
된장을 반 큰술 넣는 게 포인트인데, 이게 없으면 국물이 좀 밋밋해져요. 너무 많이 넣으면 된장찌개가 돼버리니까 반 큰술만 딱.
냉장고에 뭐가 있든 일단 넣으면 돼요
부대찌개의 좋은 점이 이거예요. 재료에 정답이 없다는 거. 스팸이 있으면 스팸, 비엔나가 있으면 비엔나, 둘 다 있으면 둘 다 넣으면 되거든요.
기본적으로 햄류 하나, 김치 조금, 대파 좀만 있으면 성립해요. 여기에 두부나 떡국떡, 양파, 버섯 같은 게 있으면 넣으면 더 좋고요. 냉동실에 만두가 굴러다니고 있으면 그것도 넣으면 돼요. 콩나물이 있으면 콩나물도 괜찮고요.
사실 부대찌개라는 음식 자체가 원래 있는 거 아무거나 넣어서 끓이던 데서 시작한 거잖아요. 그래서 냉장고 털이 요리로 이만한 게 없는 거예요.
육수를 뭘로 하느냐가 갈림길
여기서 은근히 차이가 나는 게 육수예요. 그냥 물을 넣어도 햄에서 맛이 나오니까 먹을 만한데, 한 끗 차이를 내려면 육수를 쓰는 게 좋거든요.
제일 간편한 건 시판 사골육수 한 팩 붓는 거예요. 마트에서 파는 사골곰탕 팩 하나면 충분해요. 500ml 정도 붓고 물을 200ml 정도 추가하면 2인분 국물이 딱 나오거든요. 멸치 다시팩으로 육수를 내도 괜찮은데, 찾아보니까 부대찌개는 소고기 계열 육수가 더 잘 맞는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.
육수도 없고 귀찮으면 그냥 물에 다시다 반 큰술 넣어도 돼요. 솔직히 이것도 나쁘지 않아요.
끓이는 순서, 이것만 기억하면 돼요
냄비에 김치를 깔고, 그 위에 햄이랑 소시지를 올려요. 두부, 떡, 양파 같은 건 가장자리에 둘러놓고요. 가운데 양념장을 올린 다음 육수를 부으면 돼요.
센 불로 팔팔 끓이다가 거품이 올라오면 걷어주고, 중불로 줄여서 10분 정도 더 끓이면 끝이에요. 라면 사리를 넣을 거면 이때 넣으면 되고, 슬라이스 치즈를 올릴 거면 불 끄기 직전에 올리면 되거든요.
하나 팁을 보태자면, 김치가 잘 익은 신김치면 국물 맛이 훨씬 나아요. 냉장고에서 좀 묵은 김치가 있으면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거예요.
핵심만 추리면
양념장 비율은 고춧가루 2 : 고추장 1이 기본이고, 된장 반 큰술이 감칠맛을 살려줘요.
재료는 햄류 하나에 김치, 대파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있는 대로 넣으면 돼요.
육수는 시판 사골육수가 편하고, 없으면 물에 다시다 반 큰술로 대체 가능해요.
냉장고 정리하겠다고 시작한 요리인데 막상 먹어보면 이게 왜 이렇게 푸짐하냐는 생각이 들어요. 자투리 재료들이 한 냄비에 모이니까 양이 꽤 나오거든요. 밥 한 공기 말아먹으면 그게 한 끼가 돼요. 거창한 요리 안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걸, 부대찌개가 매번 증명해주는 것 같아요